르포-이명박 전 대통령 소환 하루 앞둔 ‘포항 덕실마을’
주민 대부분 "할말없다"면서도 안타까운 심경 토로
11·15 지진 이후 관광객 발길 뚝 끊겨 쓸쓸함 더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진이 벽에 걸려 있는 이 전 대통령의 고향마을 덕성1리 노인정에 할머니들이 둘러 앉아 쪽파를 다듬고 있다. 할머니 들은 “대통령이 될 때는 다들 축하하고 좋았는데 이렇게 돼서 안 됐다”고 입을 모았다. 손석호기자 ssh@kyongbuk.com
“잘못했으면 죄 값으로 벌을 받아야지요.…이런 일이 없어야 하는데 또 반복되네예.”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조사를 하루 앞둔 13일 오전 대통령 고향 마을인 포항시 북구 흥해읍 덕성1리 덕실마을.

20여 가구 50여 마을주민이 살고 있는 작은 산골 동네는 여느 시골 마을처럼 봄 농번기를 앞두고 농기계 정비를 하고, 경운기로 논·밭을 일구는 등 농사 준비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한창 일손이 바쁜 주민과 마을 이장에게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에 대한 감회를 묻자 손사래를 치며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도 참담한 기색이 역력했다.

덕성1리 노인정에서 둘러 앉아 쪽파를 다듬던 할머니 들도 “대통령이 될 때는 다들 축하하고 좋았는데 이렇게 돼서 안 됐다”며 “대통령 같은 좋은 자리에 있으면 그 월급만 해도 충분히 살 터인데. 역대로 대통령들이 몇 명이나 이런 일(검찰 소환 등)을 겪었나. 참 애석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마을 주민은 “정치적 탄압”이라며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집안 형수뻘이라는 한 할머니는 “이 대통령의 선친은 옛날 고물장사를 하면서도 동네 어려운 아이들이 있으면 고무신과 과자를 사서 나눠준 인심이 좋았던 분”이라고 회상하며 “이 대통령이 잘된 것은 그런 음덕양보(陰德陽報)의 덕이 분명 있었을 건데. 그도 (아버지를 본받아) 어려운 학생들의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 좋은 일에 돈을 많이 썼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특히 안타까워했다.

마을 경로당 벽에는 지난 2008년 2월 이 전 대통령과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내외 4명이 마을을 찾아 주민들의 환호에 화답하며 손을 흔드는 사진이 걸려있었다.

꼭 10년 만에 뇌물 등의 혐의를 받으며 검찰 포토라인 앞에 서는 것을 앞둔 현실에서 ‘권불십년(權不十年)’, 권력의 무상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경로당 인근의 대통령 고향 마을을 찾는 관광객 휴식과 홍보 기능을 갖춘 기념관인 덕실관 역시 때마침 건물·전시 콘텐츠 보강을 위해 임시 휴관으로 문이 닫혀 있고, 임시안내소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어 쓸쓸함을 더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고향집 앞에 그의 일대기 등이 안내하는 표지판이 줄지어 서 있다.

고향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은 대통령 취임 해인 지난 2008년 48만 명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며 인기를 끌었지만 퇴임 후 발길이 뚝 끊기면서 2016년 16만 명, 지난해에는 11만 명으로 급감했다. 그나마 찾던 관광객들도 지난해 11·15 지진 이후로는 더욱 줄었다고 주민들이 귀띔했다.

강창호 흥해읍 개발자문위원장은 “이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마을 잔치도 하고 응원도 많이 했지만 고향 포항과 흥해의 발전을 위해 한 일이 많지 않다”면서 “지진 피해 복구와 생업이 더 바쁘다. 국가나 지역 발전을 위한 일이 아닌 사리사욕을 채우다 그런 일을 당한 것에 ‘동정이나 관심이 없다’는 것이 지역 주민들의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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