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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 추자도 나들이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   등록일 2018.10.1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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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망망대해 속의 절해고도. 흔히들 섬은 외롭다고 말한다. 고독의 상징처럼 표표한 형상이 처연하고도 아름답다. 누군가 섬을 동경하고 그리워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하여 쪼가리 마음이 한없이 쓸쓸할 때는 그대 내면에 풍덩 뛰어들고 싶어진다. 한쪽 어깨가 시린 계절을 빼닮은 도서의 추색은 어떤 모습일까.

갯바위 낚시로 유명한 추자도는 제주 본섬에 딸린 유인도. 한반도와 제주도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 제주도를 유람한 사람은 많으나 추자도를 다녀온 이는 드물다. 도서관에 비치된 책들을 읽어도 추자 없는 탐라 소개가 대부분.

제주의 다도해라 칭하는 추자는 서럽지 않았다. 마치 부부지간인 양 상추자도와 하추자도가 다정히 손잡은 채 모두 42개의 군도가 올망졸망 어울렸다. 고려 원종 때 후풍도로 불리다가 조선 태조 시절 추자도로 명명됐다. 추자나무 숲이 무성했던 탓이다. 이곳 뱃길을 밝히는 등대에 오르면 조형물 두 점이 놓였다. 그 하나가 ‘생명의 노래’라는 제목의 스테인리스로 제작된 추자나무의 잎과 꽃망울이다.

포항에서 추자까지 가는 길은 멀다. 이박삼일 넉넉한 일정을 잡았으나 섬으로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만만찮다. 해로를 달리는 여정은 대자연의 조화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평소 ‘내 인생 최고의 만남’이라고 평하는 지인이 있다. 그의 진도 별장에서 숙박한 후 완도에서 배를 타는 가을철 나들이.

여행은 오감 만족이 중요하다. 특히 시각과 미각은 그 핵심이기도 하다. 눈으로 풍광을 접하고 토산 음식을 맛보는 희열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일행은 신안군 지도로 달렸다. 민어회를 먹기 위해서다. 서쪽엔 임자도 그리고 남쪽엔 증도가 있는 섬으로 두 번째 방문이다.

수산 시장에 가니 제철은 지났으나 얼음 저장된 커다란 민어가 흔하다. 입속 가득 씹히는 쫄깃한 미감이 소주잔과 어울린 점심. 어느 시인이 ‘소주는 국어다’라고 읊었는데 이 순간이야말로 공감을 느낀다.

남도는 예향의 고장으로 일컫는다. 허름한 선술집 실내에 내걸린 서예 작품을 대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진도 읍내 어디쯤 저녁 식사하러 갔던 실비 식당도 그랬다. 촌로들이 단골로 이용하는 듯한 수더분한 분위기. 안벽에 걸린 상호 ‘일학’이란 대형 붓글씨가 눈길을 끌었고, 방안엔 새우가 노니는 ‘수중장낙’ 글귀의 동양화가 걸렸다.

주인장 할머니의 인심 또한 후덕하기 그지없다. 밑반찬을 수차례 청했음에도 싱글벙글 응했다. 노란 용기의 노란 빛깔 ‘울금막걸리’를 곁들여 갑오징어회·전어구이·간재미회무침을 포식했다. 단돈 수만 원에 너무 푸짐해서 과분한 심정으로 거스름돈을 거절할 정도다. 그분은 말했다. 몽땅 자연산으로 먹었다고. 진도초등학교에 가서 운동장 트랙을 수차례 돌았던 과식.

완도에서 추자도까지는 두 시간 반이 걸리는 바닷길. 솔직히 추자도는 기대한 만큼 멋진 풍경은 아니다. 제주 올레길 18-1 코스로 18km 남짓한 거리. 그 길을 따라 추자의 수호신인 최영 장군 사당과 영화 나바론 요새의 절벽에서 유래한 나바론 하늘길, 그리고 추자항로표지관리소(등대)로 이어진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천고마비. 춥지도 덥지도 않은 기후는 정지용 시인의 ‘이가락’을 유혹한다. 먹거리가 시원찮아도 추자도 가을빛 물씬한 하룻밤은 각별한 추억을 남겼다. 간만의 섬 기행이라는 발길만으로도 설레는 문학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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