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일정 없이 시간때우기식…강릉 펜션 참변에 '수면 위로'
일각에선 대입 일정 조정 주장…근본적 대책 마련 목소리 고조

강릉 펜션사고를 계기로 대학입시를 마친 고등학교 3학년들의 학사 관리 방안이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번 사고는 물론 해묵은 숙제를 이번에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8일 강원도 강릉시 한 펜션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의심되는 사고가 발생, 서울 대성고 남학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가 주목받는 것은 대입을 마친 고등학교 3학년이 체험학습을 갔다가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 3학생들에 대한 관리가 허술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각 시·도 교육감과 긴급회의를 열었다.

유 부총리는 교육감들에게 고 3학생들에 대한 교외체험학습 현황과 수능 이후 학사 관리 방안에 대한 점검을 요청했다. 입시가 끝난 후 고 3학생들은 이번 달 중순부터 시행되는 겨울 방학까지 학교에 출석해야 한다.

입시가 끝난 만큼 학교에서 별다른 수업이 진행되지 않는다.

학교 자체 프로그램이나 영화 관람 등 사실상 학생들을 교실에 잡아두는 것 말고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출석으로 인정되는 체험학습, 사실상 여행을 떠나는 일이 적지 않다.

다만 지역별로 체험학습 인정 여부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지역의 경우 학교장 허락이 없으면 체험학습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며 부모들이 신청하더라도 반드시 부모가 동행해야 가능하다. 이 경우 학생과 부모가 함께 찍은 사진 등을 증빙 서류를 제출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 결국 인솔교사나 보호자가 동행하지 않는 경우 원칙적으로 체험학습을 갈 수 없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숙박시설도 지방자치단체의 안전점검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지자체 안전점검 결과에 대한 확인이 불가능한 시설은 개별 법령에 따른 위생·소방·전기·가스 등 안전점검 결과가 확인돼야 가능하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대구는 체험학습 자체 규정이 까다롭게 구성돼 체험학습을 떠나는 학생이 그렇게 많지 않다”며 “만일의 사안에 대비해 체험학습 관련 조사와 학생안전관리 메뉴얼을 충실히 지켜 달라고 학교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전 규정과 함께 이번 기회에 대입 일정을 조정해야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지금의 대입 일정은 대학 입시 요강에 따라 구성돼 일선 고등학교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3 학생들은 2학기 중간고사 이후부터 사실상 방치 될 수밖에 없으며 수능이 끝난 뒤에는 학교 통제가 불가능하다.

대구지역 교육계 원로는 대학의 일정 조정이 쉽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입시 일정이 한 달 정도 미뤄지면 학생들이 방치되는 시기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학사 일정을 정상적으로 만들고 학생 안전관리도 이뤄질 수 있도록 대학을 포함, 교육계가 함께 대입 시기 조정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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