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별 의료진 다면분석 협업으로 위험 최소화
대장암 3기 84세 어르신 복강경 수술 후 빠르게 건강 회복

▲ 칠곡 경북대학교병원 효 다학제 위원회가 지난 12일 대장암 3기 환자에 대한 다면 분석 결과를 놓고 수술 여부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박영제 기자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은 황모(84·여)씨 가족은 주치의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수술 동의서에 서명하지 못했다. 결핵을 앓은 경험이 있는 고령의 황씨가 수술을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고, 수술하지 않으면 암 덩어리가 대변을 막아 더 고통스럽게 만드는 상황이라서다. 그러나 황씨는 지난 13일 복강경 수술로 암 덩어리를 떼어내는 데 성공했고, 수술 당시에도 인공호흡기에 의존하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서 빠르게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칠곡경북대학교병원 대장항문외과 박준석 교수가 이끄는 ‘효(孝) 다학제’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초고령화 사회, 100세 시대에 고령의 소화기암 환자들을 위해 칠곡경북대병원이 지난해 11월 효 다학제 진료를 시작했다. 외과, 알레르기 감염내과, 가정의학과, 재활의학과, 마취과, 진단검사의학과 등 7명의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가 한자리에 모여 환자에 대해 다면 분석을 벌이고, 수술 여부 결정과 수술 위험 최소화를 논의한다.

지난 12일 효 다학제 진료를 소집한 박준석 교수는 황씨와 보호자에게 대장암 사진을 보여주면서 “검사 결과를 다양하게 검토해보니 수술을 권유한다. 암 덩어리가 후유증이 심한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라”라고 설명했다. 권기태 감염내과 교수는 “폐와 심장, 간 등을 살펴본 결과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어서 수술하는 게 낫겠다”고 했고, 김아솔 가정의학과 교수도 “고령에 비해 건강상태가 좋고, 수술하는 데 큰 문제는 없겠다”고 의견을 냈다. 박은희 재활의학과 교수는 “수술 후 특별한 재활치료가 필요 없지만, 퇴행성 요추 질환은 별도로 치료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이정은 마취과 교수는 “전신마취에 인공호흡기를 동원해야 하는 수술의 위험성은 젊은 성인에게도 존재하는데, 고령자에게는 위험성이 따로 있다”며 보호자들에게 상세한 설명을 해줬다. 수술의 위험성, 회복에 필요한 시간, 부작용 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낸 황씨와 보호자는 그제야 수술 동의서에 서명했고, 무사히 암 덩어리를 잘라내는 수술을 마쳤다.

박준석 교수는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럭비공과 같이 어디로 튈지 모를 정도의 수술 위험도를 가진 고령 암 환자가 급속히 느는 상황에서 맞춤 케어가 필요했는데, 김시오 병원장 등 다양한 분야 교수들의 도움 끝에 효 다학제 진료팀을 꾸릴 수 있었다”면서 “지난해 11월부터 30명 정도 수술을 했는데, 환자와 보호자 모두 만족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박준석 교수는 대장암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던 88세의 환자가 또렷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치매에 따른 수술협조의 어려움과 수술을 하기에 건강상태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 등이 겹쳐서 수술을 만류했는데, 보호자가 효 다학제 진료를 재차 요구해 수술을 강력하게 원했다. 결국, 박 교수는 이 환자의 대장암 수술을 집도했고, 환자는 최근 매우 건강한 상태로 퇴원했다고 한다.

박 교수는 “수많은 수술 경험에도 불구하고 주치의 혼자만의 판단이 100% 옳다고 할 수 없고, 다양한 분야 교수들의 의견이 보태지면 더 합리적인 판단이 나온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며 “대장암, 위암, 간암, 췌장암에 대해서만 다학제 진료를 하고 있지만, 분야를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시오 칠곡경북대병원장이 지난해 11월 도입한 효 다학제 진료의 취지와 성과를 말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칠곡경북대병원의 효 다학제 탄생에 많은 도움을 준 김시오 병원장은 “지난해 우리 병원에 입원한 암 환자의 10% 이상이 고령이다. 수술 전 진료시스템을 통해 고령의 환자들이 조금 더 안전하게 수술을 접할 수 있도록 선제 대응하고 있다”며 “100세 시대에 걸맞게 고령의 환자들이 노후에도 더 건강한 삶을 살도록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