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정대 변호사
최근 둘째 딸의 중학교 졸업식에 참석했었다. 3년 전 우리 부부는 딸의 입학식 때 이 학교에 왔다가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학교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고 좁고 험했기 때문이다. 버스에 내려서 좁은 도로를 걸어 다시 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골목을 들어서서 한참동안 오르막길을 걸어 또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곳에 여자중학교 설립인가가 났는지 의아스럽기도 했다.

딸의 중학교 졸업식은 꽤 길게 이어졌다. 다소 긴 졸업식이 끝나자 학생들은 각 반으로 돌아갔다. 낮 12시에 공개되는 고등학교 배정표를 받기 위해서였다. 학부모들도 긴장된 표정으로 교실 밖에서 지켜보며 서 있었다. 마침내 선생님이 교무실에서 봉투를 가지고 와서 한 명씩 아이들을 불러내 배정표를 나눠 주었다.

그런데 선생님으로부터 고등학교 배정표를 받아들고 눈물을 흘리는 아이가 적지 않았다. 원하지 않는 학교에 배정된 학생들이었다. 눈물을 글썽이고 울음을 터뜨리고 "왜 내가 집 가까이 학교를 놔두고 먼 곳에 있는 학교를 가야 하느냐"며 울부짖기도 해 보기에 안쓰러웠다. 특히 특정학교에 배정된 아이들은 예외 없이 울상을 짓거나 불만을 터뜨렸다. 선생님은 "그 학교도 사람이 사는 곳인데"라고 말하며 아이들을 달래기도 했다.

우리 부부도 다른 학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다가 다행히 딸이 집 가까운 학교로 배정되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원하지 않는 학교에 배정된 학생들이 눈물을 터뜨리는 것을 보면서 도대체 어린 학생들이 이런 우연한 추첨에 자신의 삶이 좌우된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 또 학생들이 그렇게 가기를 꺼려하는 학교를 학생들에게 가라고 무조건 배정하는 것은 부당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침 이날 저녁 모임에 나갔다가 중학교 졸업생 자녀를 둔 아버지들이 여러 명 있어 자녀들의 고등학교 배정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학교 배정 때문에 눈물의 졸업식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쏟아졌다. 어느 졸업식장에서나 아이들은 집 가까운 학교에 배정되지 못해 울고 부모는 아이들이 집 옆에 학교를 놔두고 먼 곳을 버스를 타고 다녀야 하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아이가 배정받은 학교 근처로 이사를 가야하는지 고민하는 아버지도 있었다.

대구시교육청 홈페이지에는 대구시교육청의 배정방식이 근거리 주소지 우선 방식에서 버스로 30분 거리 안에 있는 학교를 대상으로 무작위으로 추첨하여 배정하는 방식에 대한 학부모의 항의 글이 올라와 있다. 이 학부모는 학군은 신경 쓰지도 않고 그저 내 아이들이 집 가까운 학교로 걸어서 다닐 수 있기를 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학생이나 부모 입장에서 매우 소중한 도보 통학권을 빼앗는 대구시교육청의 버스 통학거리 기준 배정방식은 어린 학생들의 건강과 학습에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집 근처 학교를 놔두고 멀리까지 다녀야 하는 좌절감까지 주고 있다.

최근 대구시 학생들은 학업 성적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원인 중에는 이러한 버스통학 우선 위주의 대구시교육청의 학교추첨배정방식도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대구시교육청은 도보통학권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학교 배정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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