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적 부분적인 부정·불의 세상에 가득하다 보는 것은 불신을 낳고 정의 오염시켜

▲ 윤정대 변호사
우연한 모임에서 맞은 편 자리에 앉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사실 나눈다기보다 그의 말을 들었다. 그는 무슨 이야기인지 하다가 "세상에 똑바로 사는 놈이 어디 있어요? 다 남 속이고 사는 거지. 나는 애국한다는 놈들 말 안 믿어요. 말로는 애국한다면서 자식들을 외국으로 보내고. 진짜 시골에서 농사나 짓는 사람이나 남 안 속이고 애국하면서 사는 거지"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그가 어떤 의도로 그와 같은 말을 하는지 생각했다. 아마 그는 그 자신보다 낫다고 여겨지는 사람들도 결국 자신과 같은 사람이라는 말-곧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못하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 말을 묘하게 세상 사람들을 폄하하는 말로 포장한 것이다.

사람들을 한마디로 폄하하는 그런 말에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균형을 상실한 말이며 세상의 거래를 모두 일종의 사기와 협잡으로 몰고 마치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바르게 사는 사람이라는 식의 왜곡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한 말은 '내부자' 같은 영화 속의 대사에 그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자주 반복하는 말이다. 사회가 부정과 불의로 가득 차 있으며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똑같이 아니 먼저 부정한 수단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 노년에도 베트남까지 진출하여 왕성하게 사업을 하고 있는 분과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아들과 직원을 함께 대동한 그는 한참동안 베트남에서의 사업에 관해 이야기를 하다가 본론을 꺼냈다. 며칠 전 대법원으로부터 상고기각 판결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기각 시킬 것이면 빨리 기각시킬 것이지 4년 반이나 시간을 끌어 이자만 1억 원 가까이 물어주게 되었다며 울화통을 터뜨렸다. 자신은 잘나가는 부장 출신 변호사를 골라 수임료도 많이 주었는데 알고 보니 상대방과는 달리 대법원에 아무 연줄도 없는 변호사라서 사건을 망쳤다며 미리 손을 쓰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그가 말한 양쪽 변호사들은 모두 내가 아는 분들로 대법원에 무슨 특별한 연줄을 가진 것으로 생각되지 않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판결에 연줄이 작용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재판이라는 것이 결론만 가지고 왈가왈부하기 어렵다. 항소심에서 졌다면 판결금 가지급해서 이자발생을 막아야 했다"고 알렸다. 그에게 재판과정에서 조정하기도 하고 적절하게 증거를 수집하기도 하는 등의 대응이 필요한 것이지 연줄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그는 못내 자신이 연줄이 없어 억울하게 소송에서 졌다고 분개했고 우리 사회가 연줄 때문에 망한다고 한탄했다.

인간 사회에 부정과 부패가 없을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정상적으로 살아간다. 우리 사회도 정상적인 시스템 속에서 정상적이며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왔다. 당연히 이런 사회 시스템에서 부정부패는 예외적이고 부분적인 데 그친다. 그럼에도 마치 부정부패가 만연한 것으로 주장하는 것을 사회 시스템에 불신을 낳을 뿐만 아니라 사회정의를 오염시킨다. 부정부패가 만연하다고 생각하게 되면 부정한 방법을 찾게 되고 부정한 거래가 생기기 마련이다. 결국 부정부패는 우리가 서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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