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책 독점하려는 리더십 불통·오만·독선을 나을 뿐 소통의 민주적 리더십 필요

지난 13일 제20대 총선 결과 더민주당이 123석을 차지해 원내 제1당이 되었다. 새누리당은 122석으로 제19대 152석에 비해 30석 이상을 잃고 원내 제2당으로 내려앉았다.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호남의 몰표와 수도권의 정당표에 힘입어 38석을 얻어 제3당으로 들어섰다.

사람들이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여러 가지 말을 하지만 나는 이번 총선은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의 승리라고 본다. 문재인 전 대표는 올 1월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영입하고 자신은 스스로 사퇴한 후 총선에 백의종군했다. 그리고 과거 운동권 특유의 비타협적인 원칙에만 매달리는 것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김종인 대표가 비례 대표 문제로 저항을 받을 때 김 대표가 계속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그의 결정을 지지했다. 호남의원들의 대거 탈당과 좁아진 입지에도 불구하고 문 전 대표는 포용과 역할분담을 통한 더 큰 리더십을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호남을 제외하고는 더 많은 지지를 얻었다.

안철수 대표도 일정한 승리를 거두었다. 그의 3당론은 우리 정치의 다양성을 정착시키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국민의당의 호남 득세는 안철수 대표와 호남기득권 세력과의 야합이라는 비판도 있다. 사실 안 대표는 눈앞의 가능성만으로 호남 위주의 전략을 선택함으로써 전략적인 승리보다는 전술적인 승리를 얻는 데 그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제3당의 대표로 국회에 입성했으나 대선가도에는 더 멀어졌다. 국민들이 제1야당의 대선후보를 제쳐두고 사실상 호남당인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선택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새누리당 지도부가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고 말한다. 비대위원들의 구성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민은 아랑곳없고 마치 왕조시대의 왕에 대한 충성 경쟁에 나선 것과 같은 친박(親朴), 신박(新朴), 진박(眞朴)과 같은 부류들이 아직도 청와대만 쳐다보며 사조직과 같은 곳에서나 어울리는 '배신'이나 '의리' 같은 단어를 써대면서 새누리당을 흔들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를 포함하여 새누리당 지도부가 진정으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바란다면 청와대의 오만, 불통, 독선, 무능에 대해 변화와 변혁을 요구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제 우리나라에 필요한 대통령의 리더십은 결단이나 추진의 리더십이 아니라 화합과 소통과 역할 분담의 민주적 리더십이라고 지적한다. 국가정책을 독점적으로 이끌려고 하는 독점적 리더십은 불통과 오만과 독선을 낳을 뿐이다. 오히려 화합과 소통을 통해 정책결정을 이끌고 합의된 정책을 적절하게 집행하기 위한 역할 분담과 권력배분의 조정자로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문재인 전 대표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그의 구호처럼 이후에도 사람에 대한 신뢰와 포용을 지키며 민주적 리더십을 갖춘 정치인으로서 길을 걸어가야 한다. 안철수 대표도 당장의 지지 기반만을 생각해서 호남에 사로 잡혀서는 안 된다. 국민의당을 새로운 당으로 세우려면 안 대표는 호남을 넘어 포용과 역할분담을 통한 더 큰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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