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북한은 대외관계에 국면전환을 모색해야할 상황이다. 일단은 당 대회 이후 김정은은 민생행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 대회가 폐막한 당일 바로 기계설비전시장 방문을 시작으로 인민군 122호 양묘장, 기계공장, 민들레학습장공장, 귀성제염소, 류경 안과종합병원 등 현지지도에 경제와 민생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김정은이 경제문제에 집중할 것이라는 점은 당 대회에서도 나타났다.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핵 개발은 이미 성공적으로 이룩했음을 천명했고 사회주의경제 강국건설을 위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2016-2020)을 제시했다. 실제, 당 대회가 있은 지 3주 만에 당·국가·경제·무력기관 일꾼 연석회의를 열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을 위해 우선 200일 전투를 천명했다.

이와 맞물려 김정은의 민생행보가 나타난 것이다. 민생행보가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낼지는 미지수다.

지금은 '70일 전투'가 끝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상황이다. 평양이야 그나마 배급이 이뤄지니 문제가 별로 없을지 모르지만, 장마당을 생계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지방의 주민들은 또 다시 200일 전투에 동원된다면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 70일 전투에 동원되면서도 배급이 원활하지 못했고 장마당 참여도 제약받았다. 개인적 생계유지에 제약을 받은 상황에서 주민들이 동원에 참여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국제사회의 협조 없이는 민생경제의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유엔과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국제사회는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할 분위기다. 여기다가 남한과의 교류도 여의치 않다.

이런 여건에서 북한이 어떤 방법으로 대외관계 개선에 나설까.

당 대회 이후인 20일 북한 국방위원회 공개서한, 21일에는 인민무력부 명의로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이용해 남북군사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을 하자고 통지문을 보내왔다. 남한에서는 평화공세 수준으로 치부하고 거부반응을 보인 상태다.

그래도 북한은 대외관계의 개선의지는 보인 셈이다. 또 북한은 미국과 중국도 당장 관계개선을 해야 할 입장이다. 그러나 미·중은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를 접어두고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기는 쉽지 않다.

비핵이라는 문제가 국제사회 모두에게 걸려 있는 상황에서 남한과 미국, 중국 어느 쪽도 대화의 물꼬를 터기는 쉽지 않다. 북한이 미국이나 중국에 비핵화 협상을 제의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핵보유를 헌법에 명시하고 당 대회에서 이를 기정사실화 한 상황에서 협상의 진전을 가져올 수 있느냐가 문제다. 북한은 이번 당 대회에서 국제사회에서 핵 전파 방지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는 점에서 핵 폐기가 아니라 핵무기 사용방지를 협상테이블에 올려놓으려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이미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를 조심스럽게 모색하고 있다. 지난 달 29일 김정은 위원장이 북·중 친선 농구경기를 관람했고, 31일은 리수용 북한 노동당 정무국 부위원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다. 남한에는 대화 제의를 하고 중국과는 관계회복을 노력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방문을 통해 미국과 관계 개선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상투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당 대회에서 "우리와 적대관계에 있었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자주권을 존중하고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들과는 관계를 개선하고 정상화해 나갈 것"이라는 선언은 북한이 현 상황을 타개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대외문제가 당면한 민생문제 해결의 바탕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대외관계의 방향을 어떻게 풀어 나갈지 조심스럽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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