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엔 누군가에게 소식을 전해야한다는
무의식이 살고 있다

그 무의식의 운동성이 나를 달리게 한다
전언은 휘발하고 달리기만 남은 것이다

전언을 알려야한다는 욕망은 속도를 만들고
속도는 다시 그 욕망을 욕망하는 기계를 생산했다
나의 달리기는 그 기계의 톱니바퀴 운동이다

속도는 속도를 일으킨 주인을 집어삼키고
무의미한, 숨가쁜 호흡만을 확대 재생산한다

전언의 에너지는 텅 빈 관성만을 남긴 채 사라지고
그 관성이 지금 내 몸의 기계를 굴리고 있는 것이다
기계가 멈추면 나도 없다



감상) 어제 그랬듯 오늘도 나는 달린다. 전언이 무엇인지 당도해야할 장소가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달린다. 그게 옳은 길인지 지름길이 있는지 살펴보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달린다. 아무리 달려도 골인지점을 알려주는 사람은 없다. 이번 생에서는 끝내 당도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멈추지 못한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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