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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민주주의

이동욱 편집국장 donlee@kyongbuk.com
등록일 2017년06월13일 16시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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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0여 년 전 예천 장날, 시골 골짝 골짝에서 모여든 갓을 쓴 노인들이 서로를 보면서 인사하는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서로 반갑게 마주 보면서 특유의 억양으로 “밥 머~니껴?”하는 것이었다. “식사하셨습니까?” 하고 그간의 안부와 인사를 한꺼번에 하는 것이다. 고개를 숙일 뿐 구태여 대답이 필요 없다.

요즘 젊은이들도 길에서 만나면 “밥 먹었니?”하고 인사한다. 한국 사람들의 인사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인사법이다. “밥 먹었니?” 혹은 “요즘 밥은 먹고 다니니?”가 가장 일반적인 인사법이다. 또 잠시 보지 못한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서 하는 말도 “언제 밥 한번 먹자”다. 이렇게 오랜만에 만나거나 상대의 안부를 묻는 인사는 곧잘 ‘밥’과 연결된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 ‘식구(食口)’이고, 어려운 처지에 서로 돕는 것 또한 ‘십시일반(十匙一飯)’의 밥이다. 공감과 소통의 공간에 밥이 있고 공동체 의식의 바탕에 밥이 놓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사에서 “민주주의가 밥이고, 밥이 민주주의가 돼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고, 일자리 위기가 근본 원인이라 했다. 일자리가 경제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라는 것이다. ‘밥이 민주주의’라는 말이 그간 써온 ‘재벌 개혁’이니 ‘경제 민주주의’니 하는 말보다 훨씬 따뜻하게 와 닿는다.

“피가 도는 밥을 먹으리라/ 펄펄 살아 튀는 밥을 먹으리라/ 먹는 대로 깨끗이 목숨 위해 쓰이고/ 먹은 대로 깨끗이 힘이 되는 밥/ 쓰일 대로 쓰인 힘이 다시 밥이 되리라/ 살아 있는 노동의 밥이//…” 백무산 시인은 시 ‘노동의 밥’에서 당당한 밥, 깨끗한 노동의 밥을 노래했다. 하지만 이 시대 젊은이들은 수십 장, 백 장이 넘는 이력서를 접수하며 “제발 면접이라도 한 번 보았으면 좋겠어요” 절규한다. 이제 좀 살만하다지만 이들에겐 밥이 되는 일자리 자체가 아예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밥은 먹고 다니니?”하는 안부도 그들에겐 가위눌림이 된다.

언제 우리는 ‘밥 먹었니?’ 인사 대신 일자리 걱정, 골고루 밥걱정 없이 서로 손 흔들어 ‘좋은 아침’하며 인사할 수 있을까?

이동욱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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