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생전에 형제간에 불목하는 것은 큰 불효라고 배웠습니다."옛말에 형제간 우애는 효심에서 나온다고 했지만 효부한테 이 말을 직접 들으니 실로 가슴이 뭉클했다. '효부없는 효자없다'는 속담이 있었다. 며느리가 효성스러워야 아들도 효도를 한다는 뜻이다. 최인기(50)씨 내외는 효자효부다. 이집 며느리는 17년 전 시집온 후로 하반신을 못쓰는 시어머님을 모시면서 한번도 여행을 떠난 적이 없었고, 하루도 종일 집을 비우고 외출한 일이 없었다. 그리고 지극한 효성에서 형제간 우애는 각별하였고 한번도 노모의 뜻을 거역한 적이 없어 ...
양동마을이 세계유산에 등재된지 3년째 접어들었다. 그 후 수많은 관광객들이 양동마을을 찾게 돼 경주시에서는 더 많은 해설사들을 배치하였다. 해설사들은 출 퇴근 시간이 있어 시간이 되면 퇴근하지만, 이지휴 선생은 양동에 거주하면서 출, 퇴근 시간도 없이 언제나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해박한 지식으로 양동마을을 설명해주는 해설사로 유명하다. 선생은 직장생활을 하다가 고향에 돌아와 양동마을이 세계유산에 등재되기 전부터, 정부가 문화유산해설사를 양성하기 전부터, 관광객들에게 민속마을을 알리는 일을 해 왔다. 누가 시킨 일...
사람이 가진 예술적인 재능은 그것을 일찍이 알아서 개발하지 못하면, 자신이 어떤 분야에 재능이 있는지 모르고 평생을 살아가기 쉽다. 자신의 재능을 일찍 발견하고 그것을 연마하여 그 분야에 일가를 이루고, 명성을 얻고, 사회에 기여까지 할 수 있다면 그런 사람은 참 복된, 선택받은 삶을 살았다고 할 수가 있다. 거기다가 경제적인 후원자까지 있다면 남의 부러움을 살만 하다. 포항 여류서화계의 얼굴이고, 포항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향사 손성범 선생이 그런 분이다. 일반적으로 붓글씨를 쓰고, 사군자를 치고, 묵향을 가까이 하...
노인 회장님의 간곡한 청이 있어 효성이 지극하다는 사위, 허상봉(49)씨 댁을 찾아갔다. 집 안에 들어서니 따님(윤종희)은 어린애 얼굴을 하고는 모친과 무슨 말인지 귀엣말로 속삭이고 있었고 사위는 방안에 누워서 고양이하고 씨름을 하고, 장모님은 한손을 들어서 손님을 반기셨다. 필자는 첫눈에도 참 재미있게 사는 가족들이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유독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장모님(87)의 모발이었다. 어르신의 머리는 백발이신데 머리 정수리 부근에서 보이는 새까만 머리칼은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필자는 조...
'인생은 연극이다'란 말도 있지만, 연극무대는 아직 우리 생활에서 멀고, 연극은 배고픈 직업이란 것이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런데, 이애자 에밀레연극단 단장은 반세기 동안 오직 한길 연극만 바라보며 살아온 연극을 위해 온갖 열정을 다 바쳐온 분이다. 평생 경주에 살면 신라 왕경 사람의 자부심을 잃지 않고, 연극 속에 신라의 혼을 불어넣어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연극을 통해 신라 천년의 참 모습을, 신라문화의 위대함을 보여주기 위해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연극 무대를 열고, 연극으로 봉사하고, 연극인생을 살고 있다. 올...
"와~! 웃기는 선생 왔단다. 얼씨구~." 노인요양병원 5층 병동에는 노약한 환자들과 치매에 걸린 어르신들로 꽉 차 있었다. 웃기는 선생은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아이구~ 언니야! 오빠야! 잘 있었나? 제가 왔어요" 하면서 손을 흔들고 얼싸안고 뽀뽀하고 박수치고…. 그는 순식간에 장내를 난장판을 만들었다. 어르신들의 얼굴엔 금방 생기가 돌고 눈동자는 동그랗게 변했으며 치료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 소리 지르고 노래 부르면서 선생님의 말과 행동을 한 점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중하였다. 참 신기했다. 입을 굳게 다물...
김을선(77) 할머니는 긴 한숨과 눈물부터 쏟아내셨다. 대담은 처음부터 말씀이 반 눈물이 반이었다. 필자는 당혹스러웠고 눈길을 어디에 둬야 좋을지를 몰랐다. 저는 19살에 시집가던 첫날밤 어머님이 기절하셔 돌아가셨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요. 신랑은 6·25에 참전하여 수류탄을 맞고 온 몸에 중상을 입은 상이용사였습니다. 저는 곧바로 엄마의 뒤를 따라 죽으려고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고 신랑을 다시 볼 때마다 까무러쳤으나 죽지 않고 되살아났습니다. 저의 혼사는 전쟁 직후라는 당시의 사정도 있었지만 사돈 될...
포항시 구룡포읍 성동리에서 태어나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도일(渡日), 사업에 성공한 황보기(皇甫玘·79) 일본구성기업주식회사 회장은 재일동포로서 고향을 돕는 모범 사례로 손꼽힌다. 그의 고향 사랑과 조상 섬기는 마음은 남다르다. 더구나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으로 화를 당한 영의정 황보인 대감의 후손들인 이들은 서로를 더 각별히 보듬으며 조상을 위하는 마음도 유난히 돈독하다. 황보 회장은 조상의 위패를 모신 사액서원인 광남서원(廣南書院) 성역화 사업비로 수천만원을 냈고, 조상들의 묘소를 정비할 때나 황보씨 문중 일이...
요즘은 별로 안 쓰이는 말이지만, 얼마 전만 해도 양반이라는 말은 아이 달래는 데도 써먹을 정도로 좋은 뜻이었다. 사람의 됨됨이가 점잔하고, 예의바르고, 남을 잘 배려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흔히 '그 사람 참 양반이다' 한다. 그런 의미로 민 선길 선생은 누가 봐도 양반이다. 그는 항상 "고맙습니다"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와 함께 십년간 문화재공부를 하며 친분을 쌓아온 정 기열 선생은 이에 덧붙여 그는 모든 일에 세심하고 남을 불편하게 하면 자기가 더 불편한 사람, 남을 배려하는 데는 일등이라고 칭송한다. 민 선생은...
"통장아제! 우리 집에 또 형광등이 나갔서요…, 우짜면 좋겠노?" 조준현(56)통장 댁에는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딱한 처지에 있는 노인들이 나름대로 사연을 가지고 찾아오신다. 하지만 통장은 한번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이 스스로 원해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통장 내외는 소문난 효자·효부다. 부모님한테 효도하는 사람은 남의 부모도 섬길 줄 안다. 그래서 통장 부부는 14년 전 부터 마을에 사시는 노약하고 의지할 곳 없는 어르신들을 돕기 위해 동네에서 통장직을 맡았고 그동안 소리 소문 없이 많은 공...
우리나라 방송은 이제 아나로그 시대를 종료하고 디지털 방송시대로 돌입할 만큼 발전했다. 최 규열 회장은 포항방송의 초창기부터 13년 2개월간 KBS 포항방송국에 재직했고, 지금도 KBS 포항방우회 회장직을 맡아 있으면서 당시 방송인들과 친목을 도모하며 방송국의 큰 행사 때는 도움을 주기도 한다. 최 회장은 1963년 2월 KBS 라디오에서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65년 파월 청룡부대 결단식, 67년 포철 부지 조성할 인, 68년 기공식, 70년 착공식 때 모두 그가 중계방송을 했고 73년 준공식 때는 서울에서 온 아...
"자랑 같지만 대구 중구 노인상담소는 노인문제 상담에 관한한 서울특별시에서도 찾아와서 자문을 구해갈 정도로 전국에서 주목받는 노인전문 무료상담기관입니다. 복지사는 물론 대학원에서 심리상담을 전공한 전문가가 상근하고 100여명의 상담전문봉사자가 40~80대 까지 세대별, 분야별로 활동하고 있어 상시 노인복지에 이바지하면서도 어려움에 처한 노인들을 구원하고 있습니다." 중구 노인상담소는 위치와 간판부터 마음에 들었다. 상담소가 공원에 자리잡고 있어 노인들이 찾아오기 쉽고 명칭도 부르기가 쉬워서 친밀감을 주었다. 그리고 강난미...
연오왕세오비를 포항의 상징으로 하자는 소리가 높지만, 아직 이들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는 '연오랑세오녀'라 적혀 있으나, 일본에 건너가 왕과 왕비가 됐으니, 연오왕세오비라 부르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지금은 왕과 왕비에 대한 예우로 제사를 올리고 있다. 1983년에 연오랑세오녀 부부를 뽑는 행사를 시작해 지금까지 매년 해오고 있으며, 대아그룹 황대봉 명예회장이 사비로 호미곶 바닷가 새천년 광장에 연오왕세오비 상을 세우고, 해마다 추모제를 지내고, 경북일보가 연오랑세오...
"예로부터 성인도 시속(時俗)을 따른다는 가르침이 있었습니다. 우리 노인들도 어르신으로 공대받으려면 지금의 시속을 따라야 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노인들도 세상을 따라 변화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세상은 달라졌는데 아직도 생각은 옛날식으로 해선 안 되는 것입니다. 노인들이 섭섭한 일을 자주 겪게 되고 젊은 사람들한테 믿음을 주지 못하는 것도 사고방식이 시대를 따라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노인들도 옛 어른들이 하신 것처럼 이 사회가 요구하는 어르신의 역할을 해야 가정과 사회에서 우대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
그를 만나면 언제나 고맙다는 말부터 먼저하고 싶었다. 젊은이는 통이 크고 다재다능했으며 겸손하고 효자였다. 특히 노약자를 돕는데는 헌신적이고 애정이 각별했다. 백진욱(46)대표를 알게 된 것은 몇해전 설을 앞두고 노인들이 자살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을 무렵 여기저기서 무의탁 노인들이 양식이 떨어지고 연탄마저 떨어졌다고 화급하게 도음을 간청해 올 때였다. 그 당시는 필자로선 속수무책이었다. 불안하고 답답했다. 바로 그때 지인으로부터 한 독지가를 소개받았다. 그가 바로 백진욱씨다. 필자는 단도직입 전화로 구조를 요청...
견일수 박사는 선린병원 원장직으로 정년을 맞고, 지금은 송라 요양병원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요즘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스트레스라는 달갑지 않은 친구를 가까이 두지 않을 수 없고, 스트레스와 함께 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나름대로 스트레스 해소법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생활 자체가 힘들고, 건강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의사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이라, 의사들 중에는 성악을 하고, 악기를 잘 다뤄 연주를 하거나, 그림이나 다른 예술 분야, 그리고 스포츠 등 취미생활을 하는 분들이 많다. 견일수 원장은 플루트, 클라...
웃음은 신이 내려준 보약이라고 하고 영험한 치료제라고도 하는 것은 사람은 정신과 육체를 결합한 묘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은 정신에 영향을 주고, 정신 또한 몸에 영향을 준다. 옛말에 '일소일소 일노일로(一笑一少 一怒一老)'란 말이 있는데 한번 웃으면 한번 젊어지고 한번 화를 내면 한번 늙는다는 뜻이다. 웃음은 몸에 좋은 약이 되고 화는 독이 된다.서양의학에서도 웃음은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고 엔돌핀 같은 몸에 좋은 물질을 분비해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인다고 한다. 요즘은 웃음에 대한 연구가 깊어...
정식으로 등단한 시인은 아니더라도 나이 들어서 시를 쓰며 사는 생활은 참 품위 있고 여유로워 보인다. 포항노인복지회관 박우태 선생은 현대시와 한시를 함께 아우르며 노년에 시와 수필 등 문학 장르 뿐 아니라 주역, 서예, 컴퓨터, 민화, 고급 한문 등을 공부하며 자기 수양과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무관(無冠)의 문학인이다. 선생의 주역과 한시 선생님이신 송정 박재호 선생은 그의 공부야 말로 공자가 말하는 '위기지학(爲己之學)-자기 자신을 위한, 자신의 수양을 위한 학문'이며 그가 학문으로 쌓아온 겸양과 덕은 주위에 ...
"노인을 천시하고 여성이 아기를 낳지 않으려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고 장차는 우리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 것입니다. 출산기에 있는 젊은이들이 자식 키워 놓으면 늙어서 학대받고 버림받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누가 출산하려 하겠습니까?!" '효·사랑 실천운동'이 부진하여 노인회에 말씀을 얻으러 갔다가 오남진(82)회장님에게 이렇게 꾸지람부터 들었다. "효도와 경로는 하면 좋고 안해도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위험천만한 사고입니다. 예부터 효는 백가지 선행을 낳고 불효는 만가지 불행의 씨앗이 된다했습니다. 요즘 심각하게 사회문제...
요즘 옛날보다 살기가 좋아져서 흔한 말로 '요즘 세상에 밥 못 먹는 사람이 어디 있나' 한다. 그러나 요즘도 먹고 살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는데, 창포복지관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위하여 무료식사를 제공하고, 재가복지팀에서는 나이가 너무 많거나 장애가 있어 무료급식소까지 못 오는 사람들에게 식사와 밑반찬을 배달해 주는데 배형찬 선생(79)과 김미자 선생(70)은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이 일에 봉사하고 있다. 무료급식을 하기 위하여 시에서 지원하는 인원은 150~160명인데, 평균 180~200명 정도, 많을 때는 20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