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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을 걷다] 22. 기성공용버스터미널~수산교

망양정에 서니 그림 같은 풍경에 시 한 수 절로 읊조리네

임수진 작가   |   등록일 2018.02.1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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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양정 옛터
절기상 봄이 시작되는 입춘(立春)에 도보 여행을 했다. 바람이 매섭다. 입춘 추위는 꿔서도 한다더니 장독 여러 개 깨지겠다. 그 기세에 놀라 모두 따뜻한 집 안에 숨어 들었나보다. 동네엔 꼬리 치며 따라붙는 강아지 한 마리 없다. 그런데도 하늘은 예쁘다. 굽이굽이 몰려와 해안가에 뽀얀 메밀꽃을 넘치도록 풀어놓고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제 자리로 돌아가는 파도는, 도도한 성깔이 매력이다.

기성항이 있는 작은 마을은 조용하고 소박하다. 머리를 공손히 낮춘 집들은 바다와 얼굴을 마주 보며 햇빛 바라기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 사동으로 가는 길은 옛 7번 국도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져, 빠르게 걸으면 약간 숨이 차지만 숲의 기운을 느낄 수 있어 좋다. 바람은 뺨을 쓰다듬기보다는 때린다는 기분이 들 만큼 차다. 그런데도 꽁꽁 언 땅 저 아래서는 새싹이 꼬물대고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개구리는 기지개로 몸을 깨우며 입이 찢어지도록 하품을 할지 모른다. 그 상상을 하자 숲에서 푸른 기운이 도는 것 같다.

기성항
반갑게 인사하는 빨강과 하얀 등대
울진은 예부터 신선의 땅으로 불리었다. 신선이 떼배를 타고 자연과 더불어 유유자적 평화로운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로 옛날엔 ‘선사(仙?)’라 불리기도 했다. 산의 허리를 잘라 도로를 만든 곳은 동물이 이산가족이 되지 않도록 통로를 만들어 놓았다. 그런 통로를 두 개쯤 지나고 산모롱이를 여러 번 돌고 돌았다 싶을 즈음, 눈앞이 환해졌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위로 햇살이 쏟아진다. 빨강과 하얀 등대가 손을 흔들고 바다는 거대한 몸을 뒤척인다.

사동항진교에 해파랑길 표식이 붙어 있다. 허술한데도 반갑다. 길을 제대로 가고 있구나, 안심된다. 다리를 건너 만난 건 망양해수욕장이다. 해변에 생김새가 서로 다른 갯바위가 몸을 포개고 있다. 그 위로 파도가 숨차게 들이친다. 물이 지나간 자리마다 깊거나 얕은 주름이 생겼다. 오늘도 갯바위는 주름 하나 새롭게 만들고 있다. 존재한다는 건 주름을 접으며 깊어지는 일인 모양이다.

망상 1리 쉼터에서 바라본 바다는 하늘과 같은 색이다. 좀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려면 쉼터 앞 망양정 옛터로 오르면 된다. 나무 계단을 밟고 올라서면 허리 굽은 소나무가 그 앞에 충성심 깊은 신하처럼 서 있다. 다시 해안도로가 이어진다. 드넓은 해변에 홍어 한 마리가 줄에 꿰어져 꾸덕꾸덕 말라간다. 백사장에 떼 지어 서 있던 갈매기는 이따금 생(生)의 도움닫기라도 하듯 힘차게 하늘로 날아오른다.

여행객을 유혹하는 멋진 집게발
성깔 제대로인 파도
오늘 걸어야 할 코스는 제법 길다. 부지런히 쉬지 않고 걸어도 8시간은 걸린다. 마음은 바쁜데 아름다운 길에 자꾸 마음을 내주게 된다. 도롯가 쉼터에 기암괴석이 젖은 몸으로 겸손히 서 있고 집게발을 위엄 있게 벌린 울진 게 한 마리는 까만 눈을 반짝이며 나그네와 눈을 맞춘다. 바닥에는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제목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다시 길은 이어진다. 영하의 날씨에 바위도 얼었다. 얼굴이 하얀 갯바위는 희극배우처럼 웃는다. 갯바위의 심정이야 어떻든 파도는 오늘 성깔 제대로 발산한다. 몸을 겹겹이 접으며 달려올 땐 팔색조가 따로 없다. 기운차게 달려와 방파제와 갯바위에 제 생각을 여과 없이 산란한 뒤 새침하게 돌아선다. 때로는 자신의 마음을 해변에 기하학적 무늬로 풀어놓기도 한다. 전망이 예쁜 망양 휴게소를 지나 레저스포츠를 즐기기에 좋은 오산항에 닿았다. 크지 않지만 다정다감한 마을이다. 정박해 있는 어선들이 어깨를 들썩이고 한낮의 햇살은 추위에 떠는 여행객에게 인심이 넉넉하다. 오덕교 아래로 개천물이 흐른다. 마른 풀 사이로 난 물길이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바다에 닿기 위해 아주 먼 길을 달려왔을 것이다.

아담하고 예쁜 오산항
아름다움에 취하다
진복리 해안 역시 수려하다. 기암괴석이 악어 같기도 하마를 떠올리게도 한다. 원래부터 저 형상은 아니었을 것이다. 오랜 시간 파도와 바람에 쓸리고 깎여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 일부러 조각했으면 저 모양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섬세하고 엉뚱하여 바라보고 섰으면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

지방도 917번 해안 도로변에 있는 촛대바위는 길쭉한 타원형이다. 정수리에서 자라는 나무가 인상적이다. 단단한 돌에 뿌리를 내린 생명력이 경이롭다. 한 생애가 지나가는 것처럼 하늘을 머리에 이고 아득한 수평선을 향해 무념무상으로 서 있다. 산포3리 나무 길은 절대 그냥 지나쳐지지 않는다. 바다와 마주할 수 있는 벤치도 있어 푸르게 일렁이며 다가오는 파도와 눈 맞추기에 안성맞춤이다. 자연과 하나가 되고 나니 삐거덕 소리 내는 일상조차도 금방 평온해지는 것 같다.

촛대바위
악어 같기도~
몸과 마음의 충전을 끝낸 뒤 해맞이공원을 향해 걷는다. 이곳에 울진대종과 망양정이 함께 있다. 관동팔경(關東八景) 중 하나인 망양정은 원래 기성면 망양리 해안가에 있었지만, 세월의 무게로 허물어졌다. 이후 방치되다 1471년 성종 때 평해군수 채신보가 현종산 기슭으로 옮겨 다시 세웠지만 이후에도 망양정의 삶은 평탄치 않았다. 비바람에 파손되고 세월에 허물어지는 파란을 더 겪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평해군수 채신보가 1471년에 지금 이 자리로 옮겨와 다시 세웠다.

해맞이공원에서 동해를 만나다
옛 멋은 없지만, 풍광은 그대로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관동별곡은 송강 정철이 1580년 강원도 관찰사로 있을 때 내금강과 해금강 등 관동지방을 두루 둘러본 뒤 그 감흥을 쓴 기행 형식의 가사이다.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풍류를 아는 옛 문인이 되어 송강의 시조 한 수 맛있게 읊어보는 것도 낭만이겠다.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으로부터 구원받는 기분이 들지 모른다. 경기체가인 『관동별곡』은 사대부 특유의 세계관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일까 벼슬을 하는 문인들이 자연스레 한 대목씩 읊으며 노는 걸 즐겼다고 한다.

바다는 천 겹, 산은 만 겹인 관동의 별다른 지경

푸른 장막, 붉은 장막을 친 병마영의 영주가 되어

옥띠 띠고, 일산 기울고, 검은 창, 붉은 깃발로

명사 길을 아, 순찰하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떤가!


망양정
망양정에서 동해바다를 바라보다
이 자리에 서니 왼편에 왕피천이 흐르고 시야가 막힘없이 탁 트여 동해바다와 하늘이 동시에 열리는 느낌이다. 숙종이 망양정 풍광에 감탄하여 손수 ‘관동제일루(關東第一樓)’라 쓴 편액을 내린 마음이 이해가 된다.

이제 오늘 마지막 코스인 수산교로 향한다. 1급 하천인 왕피천과 어깨동무를 하고 걷는다. 이곳은 옛날 실직국(悉直國) 왕이 피난 와서 잠깐 머문 적이 있어 마을 이름을 왕피리라 하였고 마을 앞을 흐르는 하천은 왕피천이라 부르게 되었다. 수산교를 지나면 바로 엑스포 공원과 왕피천 생태공원으로 이어진다. 습지를 관통하는 갈대숲과 나무로 만든 오솔길에 물고기와 조류 관찰장과 야생초 화원이 조성되어 있다. 바다와 강을 오가는 은어나 연어, 황어나 큰 가시고기들은 바다와 강이 만나는 기수역(汽水域)에서 수십 일 동안 머무르며 삼투압조절을 한다. 민물에서 바다로 나갈 때는 염분을 받아들이고 그 반대인 경우에는 몸속의 염분을 빼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본능적 워밍업을 하는 것이다. 흰뺨검둥오리가 찾아드는 생태공원에 내리는 노을이 참 예쁘다.

왕피천 공원
△여행자를 위한 팁


-이번 코스는 진짜 알짜배기다. 해파랑 코스는 아니지만 가 볼 만한 곳이 진짜 많다. 성류굴은 노음리 근남 농협 앞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난 9번 군 도로를 따라 2㎞쯤 가면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시에는 울진군청 앞에서 성류굴로 가는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임수진.jpg
글·사진=임수진 작가

-불영계곡은 기암괴석과 깊은 계곡, 푸른 물이 절경이다. 여름이면 굽이굽이 긴 계곡을 따라 피서객이 빼곡하다. 봄·가을에 자동차 드라이브 코스로도 강력히 추천되는 곳이다. 수산교에서 멀지 않다.

-울진 소나무 숲길 탐방

산림청이 국비로 조성한 1호 숲길로 2010년 7월부터 1구간은 13.5km, 2011년 9월부터 3구간 16.3km 정상운영 되고 있다. 2구간은 단체 탐방객 예약만 받는다. 4, 5구간은 현재 시범 운영 중이며 인터넷 예약을 통해 선착순 마감된다. 탐방예약과 가이드를 동반하는 것은 우리나라 최고의 숲인 금강소나무 숲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주소 : 울진군 근남면 울진북로 245-5

전화 : 054-782-7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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